posted by 짬냥이 2016. 3. 5. 21:03

비엔나를 떠난다. 물론 나중에 경유차 비엔나 공항을 오긴 하겠다만. 지난 여행과 이번 여행을 통틀어 대략 1주일을 비엔나에서 보냈으니 당분간은 올 일이 없을 것 같다. 나중에 신년음악회 티켓이라도 생긴다면 꼭 오겠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그래도 언젠가 다시 올 것 같기는 하다. 그 때는 꼭 <박쥐>를 보아야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비엔나를 떠난다.


잘츠부르크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빈 서역에서 S반을 타고 중간 경유지인 휘셀도르프역에 갔는데 환승기차가 없다. 어찌 된 일인가 당황해서 찾아보는데, 내가 2월 8일이 아니라 1월 8일 기차를 끊었다. 다행히도 국철이 아니라 자회사인 WestBahn이 운영하는 잘츠부르크행 기차가 있다. 값도 그다지 비싸지는 않다만, 그래도 50유로는 참 아까운 돈이다.


먼저 역에서 잘츠부르크 카드를 구매하였다. 다른 지역은 카드 구매가 선택적이라면, 잘츠부르크는 필수다. 무조건 본전 이상을 뽑을 수 있고, 사용하기도 편한 게 잘츠부르크 카드다. 그리고 역에서 바로 보이는 라마다 호텔. 이번에도 이른 시각이지만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모차르트 생가에 갔다. 모차르트는 하나의 종교가 된 것인가. 사실 초콜렛이랑 모차르트의 관계는 전혀 모르겠지만, 모차르트 얼굴을 그려놓은 초콜렛이 그렇게도 많이 팔리니까(사실 오스트리아 여행가면 제일 선물로 사오기 만만하기도 하고). 하긴 그만큼 대단한 음악가라고 해야하나, 아니 정말로 신이 내린 음악가일거다. 베토벤이 엄청난 노력으로 명곡들을 남겼다면, 모차르트는 음악의 신이 모차르트의 몸을 빌려서 작곡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


안에 안내하시던 직원분이 동양사람처럼 생겼길래 일본사람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말을 거신다. "한국에서 오셨나보네요." 이 분은 잘츠부르크에 산 지 13년이 되었다고 한다. 사실 잘츠부르크 관광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왔었는데, 이 분이 가볼만한 곳들을 알려주어서 정말 제대로 구경할 수 있었다. 일단 운터스베르크산에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시내에서 버스를 약 30분 타고 가서 케이블카로 10분간 올라갔다가, 시간관계상 10분 정도만 구경하다가 다시 시내로 돌아오기까지 총 2시간이 걸렸지만 정말 좋았다. 해발 1700미터가 넘는 산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고, 시야가 탁 트여서 주위가 보인다. 주위에도 높은 산들이 펼쳐져 있으면서도 또 평원도 펼쳐져있고.







시간이 모자라서 호엔잘츠부르크 성은 내부는 들어가보지 못하고 열차만 타고 올라갔다가 왔다. 지대가 좀 높아서 시내가 다 내려다보인다.




또 카페 콘디토레이 퓌르스트에 가서 오리지널 모차르트쿠겔른(모차르트 얼굴이 그려져있는 초콜렛을 모차르트쿠겔른이라고 하는데, 여기가 오리지널이고 미라벨에서 만든 게 제일 대중적인 듯 하다)을 사먹었다. 아무래도 오리지널이다보니 비교적 비싼 가격이지만 쬐끔 더 고급스러운 맛이 나기는 한다.



현대박물관 옆에 전망대가 있는데, 여기에서 본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은은한 불빛과, 교회의 힘이 강력했던 도시인만큼 많은 성당들이 여섯시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








미라벨 정원은 스쳐지나가기만 했지만, 아무래도 눈도 오지 않은 겨울에 볼만한 곳은 아닌 듯 하다. 여름에는 미라벨 정원, 겨울에는 운터스베르크산의 케이블카가 보기좋을 듯 하다. 다들 잘츠부르크가 별로 볼만한 게 없다고 해서 반나절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루종일 정도는 투자할만한 곳인 듯 하다. 다음에 오게 된다면 꼭 여름에 와야겠다.


마지막으로 수도원 양조장 맥주. 그냥 술집안에서 맥주나 안주를 셀프로 사와서 먹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한국에도 비슷한 컨셉의 술집들이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유명세에 비해서 맥주가 그리 맛있지도 않고 싸지도 않고, 안주도 별로였어서 실망하고 있었는데 옆에 외국인 커플이 말을 걸더라. 전화영어를 열심히 한 덕분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는데, 반 년정도 차를 타고 유럽을 한바퀴 돌 거라고 하니 참 부럽더라. 그리고 공교롭게도 어제 비엔나에서 왔는데, 그 사람들도 토스카를 보았다고 한다. 남자는 오스트레일리아 사람이었는데, 자기네 동네에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제 비엔나에서 본 오페라가 처음이라고 하더라. 혹시 할슈타트에 갈 거냐고 물었더니 모레 간다고 하길래 거기 가면 동양인, 그 중에서도 한국인이 엄청 많을거라고 했더니 이미 체스키크룸로프에서 겪었다고 하더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옆에 영어 못하는 어머니 때문에 그리 오래 있지는 않고 숙소로 돌아왔다.